최근 게임 전문 기자 스티븐 토틸로의 ‘게임 파일’을 통해 유비소프트가 남북전쟁 이후 ‘재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 프로젝트를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큰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엇갈린 반응과 유비소프트를 향한 불신
이 소식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잠입하고 암살하는 경험을 제공했을지도 모를 게임의 취소를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의 세계에서 아랍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해방된 노예의 이야기를 다룬 확장팩을 출시했던 과거의 유비소프트라면, 이 중요한 역사적 시기를 어느 정도 의미 있게 다루었을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기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2025년 현재의 유비소프트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개발 중단의 두 가지 핵심 이유
토틸로 기자가 언급한 프로젝트 취소의 핵심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세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유비소프트 파리 본사는 지난 7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게임 개발을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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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역사적 인물인 흑인 사무라이 ‘야스케’가 공개된 후, 지난 봄부터 이어진 온라인상의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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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긴장감이 고조되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우려.
비겁한 경영진, 인터넷 여론에 굴복하다
2025년 현재 유비소프트의 최고 경영진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도, 미래를 마주하지도, 정작 게임을 만드는 창의적인 개발팀을 지지하지도 못하는 무능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결국 인터넷상의 극단적인 목소리에 굴복했으며, 이제는 회사의 존속을 위해 핵심 자산까지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괴물들을 때려눕히고 처치하는 게임을 더 많이 즐기고 싶어 합니다. 최근 출시된 ‘인디아나 존스’ 신작은 시장이 이런 게임을 얼마나 원하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과연 이러한 경영진이 그토록 민감한 주제의 블록버스터 게임을 제대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일본을 배경으로 여성과 흑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 모든 논란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유비소프트의 경영진이 흑인 어쌔신이 미국 남부를 돌아다니며 KKK 단원들을 암살하는 게임의 개발과 홍보를 과연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취소보다 놀라운 것은 ‘시작’ 그 자체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가 아무리 멋지더라도, 저는 이번 취소 소식에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늘날과 같은 유비소프트에서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아이디어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로 취소될 수 있을 만큼 개발이 진행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